Wednesday, November 10, 2004

TV도 조심해서 보여줘야

한겨레신문에 소아정신과 의사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. 유리 키울때 참고 해야지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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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 지나면 기억력 ‘쑥’

TV 폭력장면 조심해야죠

아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쯤 되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?

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때를 기억하라고 하면 5~7살 정도에 일어난 일을 스쳐 가는 한 장면처럼 기억할 뿐이다.

아이들이 특정한 사건을 기억하고, 사물을 떠올리는 것은 생후 여덟 달쯤에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가능하다. 아이는 이 무렵부터 숨겨진 장난감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고, 엄마와 다른 사람과 분명하게 구분하기 시작한다. 실제로 특정한 행동을 보여 주고, 아이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그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는지를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다. 아홉 달 된 아가는 하루, 13달 된 아이는 일주일 뒤에도 같은 행동을 따라 할 수 있었다. 14달이 되자 무려 넉 달이 지나도 같은 행동을 보여 줬다.

해마와 전두엽이 상당히 성숙해진 이 때가 되면 엄마와 아빠가 말다툼하는 것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장면도 오랫동안 기억해 그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다. 결국 이 시기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 줄지는 부모, 더 나아가서는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. 이 무렵 아이들이 넉 달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, 넉 달 이하 간격으로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그 기억은 훨씬 오래갈 것이다.

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갑자기 예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. 대략 두 돌 무렵인데 언어를 이용해 기억을 해 내는 것이다. 세 살이 되면 한 해가 지난 뒤에도 그 일을 기억할 수 있다. 이처럼 말을 사용하게 되면서 아이의 기억 기능은 한 단계 올라간다. 이 무렵이 되면 아이들에게 예전 일을 물어 보고 확인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억력 및 두뇌 능력을 올릴 수 있다.

단지 많이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, 보여 준 것을 시간이 지나서 확인해 준다면 아이들은 기억력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. 엄마의 질문을 통해 도대체 어떤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, 사건을 어떻게 시간 순서대로 떠올려야 하는지를 배움으로써 아이의 기억 능력이 좀더 나아지는 것이다. 그렇다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물어봐서는 안 된다. 아이가 도전할 만한 과제를 주는 것은 너무나 좋으나, 아이가 피곤하게 느낄 정도라면 오히려 해롭다는 사실은 뇌과학이 밝혀 낸 객관적 사실이다.

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임상강사

soliber@hanmail.net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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